구글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에릭 슈밋 미국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NSCAI) 위원장이 반도체 제조 기술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과소평가 돼 있다"면서 대만 TSMC에 편중된 반도체 제조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슈밋 위원장은 10일 공개된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최첨단 기술이 필요한 5㎚(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 제품을 "TSMC와 삼성전자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세계 각국이 첨단 반도체 조달처로 의존하는 대만이 중국과의 관계로 인해 지정학적 긴장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이를 대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슈밋 위원장이 이같은 견해를 드러낸 것은 중국의 빠른 기술력 성장이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공지능(AI)이나 양자 컴퓨터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력이 올해 3월 NSCAI가 내놓은 보고서에서 관측했던 것보다 "빠르게 미국에 따라붙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시 보고서는 "현재 상황대로라면 중국에 AI 주도권을 뺏길 우려가 있으며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기술했다.
슈밋 위원장은 "미국에 거액을 써도 바로 대만처럼 될 수는 없다"면서 "(TSMC가 미국에 건설하겠다고 밝힌 반도체 공장이) 대만에 있는 것과 같은 최첨단 공장은 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TSMC 의존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AI, 반도체, 에너지, 양자 컴퓨터, 합성생물학 등 '전략적' 영역에서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슈밋 위원장은 이를 위해 한국, 일본, 유럽과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과 일본, 유럽 등의 기술자, 대학, 정부 등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쌓아야하며 대학이나 기업간의 정보 공유도 이뤄져야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미·중 관계에 관해서는 "중국을 적으로 보고 무역 등 모든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런 생각은 잘못됐다"면서 "전략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영역에서는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토대로 한 접근을 강조했다.
슈밋 위원장은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GAFA)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규제가 세계 각국으로 확산하는 것에 대해 "중국에 대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 분할 등 상식에서 벗어난 방안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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