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24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제시하면서 그간 미뤄왔던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 및 인수·합병(M&A) 결정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존에 밝힌 10년간 시스템반도체 171조원 투자와 미국 파운드리 증설을 포함하면 삼성전자가 향후 3년간 최소 50조원 이상을 시스템반도체에 투자하고 20조~30조원 가량은 M&A자금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8년 ‘3년플랜’과 달리…‘시스템반도체’에 무게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가석방에 이어 향후 3개년 총 240조원에 달하는 삼성의 투자 계획이 발표되면서 투자 향방에 관심이 모인다.
이번 신규투자는 2018년 발표된 3개년 180조원 투자를 33% 웃도는 사상 최대 규모 투자다. 240조원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약 150조원 안팎의 투자금을 반도체 분야에 쏟아부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업계는 지난 2018년 투자 계획에선 크게 언급되지 않았던 파운드리 중심의 시스템반도체에 무게가 실린 점에 주목한다.
삼성은 이번 발표에서 현재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선 절대적 우위를 이어나가는 한편, 시스템반도체 1위를 노린다는 ‘투 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삼성이 시스템반도체 투자 강화를 강조한 것은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으로 대만 TSMC와 미국 인텔 등이 파운드리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등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서다.
삼성이 시스템반도체 1위를 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투자 계획에선 관련 내용이 없었지만 바로 다음해인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투입해 1위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올 5월 정부가 발표한 ‘K-반도체 전략’에선 이를 171조원으로 더 늘렸다.
업계는 이번 투자 발표로 삼성이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보다 앞당겨 집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은 향후 3년간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 규모는 연평균 14조6000억원으로 과거 2년간의 연평균 투자규모인 6조7000억원의 2배가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파운드리 공장 부지 곧 결정 전망
특히 그간 삼성이 미뤘던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 부지 선정에 속도가 붙을지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약 20조원(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 3개월이 흘렀지만 삼성은 현재 텍사스(오스틴·테일러), 애리조나(굿이어·퀸크리크), 뉴욕(제네시카운티) 등 4개주(州), 5개 도시를 후보지로 두고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지는 텍사스주다. 삼성전자는 이미 오스틴 지역에 극자외선(EUV) 공정 팹을 포함해 2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새로운 지역에 증설할 경우 도로, 용수, 전력공급 관련 시설 등 인프라를 완전히 새로 구축해야 하는데, 오스틴을 부지로 정할 경우 기존 생산 라인과 협력업체 등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텍사스주는 지난 6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투자 제안에 대해 3700억원 가량의 세금 감면 혜택 대상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지가 텍사스주로 최종 결정될지는 미지수다. 세금감면과 시설구축 등 인센티브 패키지 규모가 변수이기 때문이다. 애리조나 혹은 뉴욕 주정부가 제시하는 인센티브 규모에 따라 최종 부지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 공식화 이후 수개월이 흐른 데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나면서 곧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만이후 대형M&A는…NXP 인수에 나설까
M&A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삼성이 240조원 가운데 약 30조원을 M&A에 쏟아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1·2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향후 3년간 유의미한 M&A를 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 인수 검토 대상은 인공지능(AI)와 5G, 전장 부문 등 다양하다.
삼성전자의 조단위 M&A 투자는 2016년 이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시 삼성은 약 9조4000억원을 들여 자동차 부품기업 하만을 인수했다. 이는 당시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 인수 사례였는데, 앞으로 이뤄질 M&A에서 두 자릿수 이상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다면 이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M&A가 유력한 기업으로는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가 거론되기도 했다. 다만 최근 차량용반도체 수급난이 불거진 데다 향후 전기·자율주행차량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NXP의 몸값도 치솟았다. NXP의 몸값은 약 680억달러(약 80조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준비한 것으로 예상되는 30조원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NXP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거나 다른 차량용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반도체 분야에선 차량용 반도체 인수가 예상된다”며 “NXP를 완전 인수하긴 현실적으론 힘들어 보이는 만큼 일부 지분을 인수하거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스위스 마이크로칩 일렉트로닉스 등 다른 업체로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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